들어가면서
궁남지 관람을 마치고 나니 저녁 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기 위해 부여 시내를 돌아다녔다.
미리 갈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뒀지만 그래도 돌아보면서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맛집이 믿을 만한지 살펴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보다는 현지인이 많이 방문하는 식당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현지인들의 맛집을 찾아낸다고 해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기본 2인 이상 메뉴였다. 부여 맛집을 검색해보니 연잎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나왔는데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메뉴를 보니 혼밥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었다.
다시 검색을 하니 막국수가 나왔다. 막국수를 하는 식당들이 있었는데 한 식당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메뉴를 보니 막국수와 보쌈이 1인 메뉴로 나오는 식당이었다. 여기구나 생각해서 그 식당으로 갔다.
진메밀막국수
내가 찾은 부여 맛집은 진메밀막국수라는 식당이었다. 1인 메뉴로 막국수와 보쌈이 나온다는 말에 옳다구나 하고 이 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손님도 별로 없었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신있게 막국수+보쌈 세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장님께서 메밀면을 뽑는 기계가 고장이 나서 오늘은 막국수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ㅠㅠㅠ 이럴 수가 ㅠㅠㅠ
나는 어쩔 수 없이 식당을 나왔다. 그래서 급하게 찾은 순대국집인 천리식당을 갔는데 이미 손님이 만원이라서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 허탈했다.
부여중앙시장 고향촌
나는 급하게 다시 검색을 했다. 혼밥을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았다. 그러다 부여중앙시장 내에 보리밥과 김치찌개를 잘한다는 곳을 찾아냈다. 나는 그때 배가 너무 고픈 상태라 어디든 좋았다. 또한 서울과 다르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을 닫는 곳이 많아져서 빨리 어디든 들어가야 했다.
그곳으로 갔다.
내가 간 곳은 부여중앙시장 내에 있는 고향촌이라는 식당이었다.
부여중앙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계속 걸으니 위와 같은 식당이 나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한 테이블에만 2명의 아저씨 손님만 있었다. 혼밥을 할 수 있었다.
사장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외지인이라는 것을 아는지 약간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처음에 보리밥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약간의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말로 “보리밥은 다 끝났슈”라고 했다. 오늘 되는 일이 없었다ㅠㅠ
나는 알았다며 그냥 나오려다 김치찌개를 달라고 했다. 다행히 김치찌개는 되는 모양이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유”라고 하셨다.
잠시 뒤에 사장 아주머니께서 식탁 위에 얇은 비닐을 덮더니 위와 같이 가스 버너와 밑반찬을 준비해주셨다. 가스 버너를 보니 약간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간단히 김치찌개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마치 술손님이 된 느낌이었다.
밑반찬은 위와 같은 나물무침과 계란 프라이가 나왔다. 계란 프라이는 이미 식어 있었다. 불안했다.
5인분 같은 1인분 김치찌개
10분 정도를 기다리자 위와 같은 큰 냄비에 어마어마한 양의 김치찌개가 나왔다. 나 혼자 왔고 1인분을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5인분이 나왔다. 나는 1인분인지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불을 켜더니 계속 끓이면서 먹으라고 무심하게 말하셨다.
김치찌개가 어느 정도 끓고 나서 나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김치찌개는 김치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돼지 앞다리살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었다. 이걸 다 먹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공기밥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완전 고봉밥으로 주셨다. 이것이 무심한 충청도 인심인 걸까. 나는 사장 아주머니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며 먹었다.
김치찌개는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상했다. 맛은 그냥 평범한 맛이었다.
그러다 옆자리에 2명의 아저씨 손님이 왔다. 그분들도 김치찌개를 시켰다. 그분들이 김치찌개를 보니 내것과 약간 달랐다. 내것은 이미 만들어 놓은지 좀 된 것 같은 비주얼이었고 그분들의 김치찌개는 방금 만든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아저씨 손님이 온 후에 사장 아주머니께서는 위와 같은 조기 3마리를 구워서 각자 한 마리씩 주셨다. 만약 아저씨 손님이 오지 않았다면 나는 이 조기 구이를 못 받았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서러웠다. 가뜩이나 타지로 여행을 와서 혼밥 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래저래 1인 손님이라고 차별을 받는 것 같았다.
김치찌개와 조기구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며 먹고 있는데 사장 아주머니께서 긴장된 얼굴 근육을 풀면서 “맛있어?”라고 물으셨다. 나는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그때 내 위는 이미 음식허용량을 한참이나 넘은 뒤였다.
그렇게 겨우 밥을 다 먹었다. 김치찌개는 반 정도가 남은 상태였다. 더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일어나기로 했다.
사장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현금으로 7,000원을 냈다. 카드결제기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식당을 나왔다.
나는 숙소로 돌아오면서 부여까지 와서 고작 김치찌개를 먹은 내 신세가 한심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여행지에서 1인 혼밥은 이래저래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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