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아마 학창시절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왔다면 한 번쯤 오는 곳이 성산일출봉이 아닐까 싶다. 성산일출봉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나는 고등학교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왔는데 버스를 타고 다니며 끌려 다니듯 움직여서 성산일출봉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내돈내산으로 하는 제주도 여행이라서 이번엔 제대로 즐기자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다.
나는 예약한 롱아일랜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은 제주 성산읍 성산리에 있다. 위 지도에서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산이 성산일출봉이다.
다른 오름들과 다르게 성산일출봉은 바다 속에서 분출한 마그마에 의해 생성된 화산체라고 한다. 계속 층을 이루면서 현재와 같은 완만한 분화구를 가진 모습이 되었다.
또한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리는 본래 섬이었는데 지금과 같이 도로가 생기면서 육지와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성산일출봉이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해안 절벽 관망대로 가자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였다. 성산일출봉은 내가 기억해왔던 모습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당시 비몽사몽한 상태로 버스에서 내려 허겁지겁 정상까지 오르느라 성산일출봉의 웅장한 자태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제주를 다시 찾아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니 그 웅장한 모습에 나는 넋이 나갔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바닷가 화산이다.
왼쪽을 바라보니 바다 건너로 우도 섬이 보였다.
내가 서 있던 해안 절벽 관망대에서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호기심에 내려가 보았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으려다 말았다. 제주가 점점 오염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나는 성산일출봉으로 이어지는 올레길 1코스가 있어 걸어가봤다.
올레길 코스를 계속 걷는데 성산일출봉과 그 주변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식생 보전 차원에서 출입을 금지했다.
계속 걷는데 주차장이 나왔고 성산일출봉 입구에 위치한 매표소가 보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갔던 날은 성산일출봉의 휴관일이라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성산일출봉은 매월 첫째 월요일이 휴관일이라고 한다. 나 같이 입장하려던 사람들이 뒤돌아 나오고 있었다.
근처에 관리인이 있었는데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아침 일출 관람을 방지하기 위해 일출 후인 오전 7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다음날 아침에 성산일출봉에 오를까하다가 일출도 못 보는데 오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냥 아침을 먹고 우도로 향했다.
참고로 성산일출봉의 입장료는 5천원이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려다 무료 탐방구간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무료 탐방로는 근처에 있는 우뭇개 해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넓은 평지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그걸 보니 마음이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다.
성산일출봉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 길이 성산일출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다. 근처에는 승마체험장도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조명이 들어왔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아랫쪽 해안이 우뭇개 해안이라고 한다. 해안에는 성산어촌계 해녀의집이라고 하는 식당이 있었다.
저 멀리 바다 수평선에는 조업을 나간 어선들의 밝은 집어등이 보였다.
성산일출봉은 보면 볼수록 웅장하고 그 모습이 빼어났다. 일반 산처럼 나무나 식물로 둘러싸여 있지 않고 화산암으로 거칠게 절경을 보여줬다. 날이 어두워지니 또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
저녁이 되자 저 멀리 우도에서도 불빛이 보였다.
나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 아침식사를 하러 가면서 다시 한번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보러갔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있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과연 어디에서 이런 절경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구름도 한 몫했다.
날이 점점 밝아오고 바다는 평온한 모습으로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바람은 쉼없이 불었다.
잠시 후 찾을 우도를 바라봤다.
올레길 1코스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올레길은 소설가 및 언론인인 서명숙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 비영리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설립하고 자신이 이사장이 되어 추진한 트레킹 코스 개발 사업이다.
제주도와 그 주변 섬까지 총 21개 코스의 올레길이 있는데 이곳 성산일출봉에는 올레길 1코스가 있다. 이곳을 시작으로 제주도를 한 바퀴 순환할 수 있다.
나는 올레길 1코스 중에 일부만 걸어보기로 했다. 우선 성산일출봉에서 성산포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위에서 봤던 우도가 보였다.
해안절벽 반대편에는 마을과 함께 배추밭이 있었는데 웬 크고 길다란 안테나가 4개가 서있었다.
알고보니 인근에 KBS 제주송신소가 있었다.
해안 절벽 아래에는 큰 현무암 바위들이 있었고 파도가 치고 있었다.
해안절벽 위 들판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따뜻한 남쪽이라 그런지 선인장이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손바닥선인장이라고 한다. 무려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보라빛 들꽃들도 피어 있었다.
일부 들판은 사유지라고 하여 못 들어가게 펜스로 막혀 있기도 했다. 까치 한마리가 사유지 들판을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있었다.
이곳 역시 사유지 지역이다.
어느 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성산일출봉과 그 주변이 그림처럼 보였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레길 1코스 중에는 더클라우드 호텔 변두리를 지나가야 하는 길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가게 되어 있을 정도로 매우 좁았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야외 카페 공간 변두리로 길이 나 있었고 야외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올레길 이용자들은 그 공간을 침범할 수 없게 길을 격리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옆에 임대아파트 주민이나 외부인들을 출입할 수 없게 담장을 쌓은 고급 아파트 같았다.
위 사진은 카페 변두리 길을 지나 호텔 뒷쪽 올레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카페 야외 공간은 조경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고 있어 찍지 못했다.
해안 절벽은 계속 이어졌다.
호텔 뒷쪽은 더 넓은 들판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많은 들꽃들이 활짝 펴 있었다.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
그렇게 길을 걷는데 성산포항에 위치한 종합여객터미널이 나왔다. 이 여객터미널에서는 우도로 향하는 도항선을 탈 수 았다. 우도 관광객들이 오가 갔다.
우도 관광을 위한 안내도가 크게 걸려 있었다.
여객터미널 근처에 주차공간이 넉넉한 주차장이 들어서 있었다. 우도는 제주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주말에는 이곳이 꽉 찬다고 한다.
길을 따라 걷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성산포항과 건너편 오조항에는 어선들이 정박되어 있었다.
성산포에는 성산갑문이 있어 성산리 안쪽으로 바닷물을 가둬놓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생각났다.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느 카페를 지나는데 2층 창가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날 지켜보고 있었다.
한 바퀴를 다시 해안절벽 쪽으로 가봤는데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건너편 우도에서 불을 밝힌 모습이 보였다.
저녁을 먹고 나자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바다에서는 어선들이 집어등을 켜고 조업을 하고 있었고, 성산포항 등대에서는 바다를 향해 밝은 빛을 내보내고 있었다.
밤이 되자 스산하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고, 심연을 알 수 없는 검은 바다에서는 보일듯 말듯하게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해안가를 걸으며 산책을 하다가 다음날 일정을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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