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부산 해운대를 떠나 내가 향한 곳은 김해 봉하마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곳이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나는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는 길을 가다 넘어져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무현이란 사람은 희화화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당신께선 그렇게 해서라도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풀리면 좋은 게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공기와도 같다. 평소에는 그 존재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부족하거나 없어지면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직 당시 국민들이 대통령을 조롱하면서도 그 누구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 정도로 당시 우리 사회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9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린다면 민주주의의 소중함에 알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켜주지 미안해’라는 말이 유행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던 대상은 노무현 뿐만 아니라 소중한 민주주의를 망각한 우리 자신들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김해 봉하마을은 내게 많은 부채감을 안겨준 존재다. 나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그분이 계신 봉하마을을 가야겠다 생각하면서 가지 못한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그곳에 가게 되었다.
봉하마을 가는 길
내가 출발한 곳은 해운대였다. 지도 어플을 통해 해운대에서 봉하마을까지 가는 경로를 검색했다. 지하철, 김해경전철, 버스 등을 타고 족히 2시간은 가야했다. 나는 10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2시간을 못 가냐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해운대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저역에서 김해경전철로 환승한 다음 부원역에서 하차를 했다.
부원역은 김해 시내에 위치한 경전철역이었다. 내가 부원역에서 내린 이유는 봉하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여기에서 봉하마을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봉하마을이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 수단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그나마 단시간 내에 한 번에 가는 방법이 부원역에서 300번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부원역에서 내려 300번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아보려 하니 전혀 뜨지가 않았다. 알고 보니 300번 버스는 하루 6회 2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위 버스 시간표는 300번 버스의 기, 종점 시간표다. 내가 있던 부원역에서 봉하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상단에 있는 외동 기점 버스를 타야했다. 내가 부원역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반 정도 되었는데 9시40분에 기점에서 출발한 버스가 이미 지나간 뒤였다.
즉 12시20분에 기점에서 출발하는 다음 버스를 기다려 부원역에서 12시 반쯤 타야했다. 눈 앞이 깜깜했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도 앱에서 경로를 검색했다. 버스를 1회 환승하여 가는 방법이 있긴 했다. 나는 그 방법으로 가기로 했다. 만약 300번 버스를 타고 갔으면 봉하마을까지 4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 방법으로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그 방법이란 부원역 인근에서 58-1 버스를 타고 한림정역으로 가서 57번 버스로 환승하는 것이다.
나는 일단 58-1번 버스를 타고 한림정역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러고 나서 57번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지도 앱에 표시되던 57번 버스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곧 도착한다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한참을 더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서울과 한참 다른 김해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적응을 하기 힘들었다. 나는 그래서 한림정역에서 봉하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봉하마을에 가기까지 10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이 정도 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성지순례를 한다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한림정역에서 봉하마을까지는 걸어서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한림정역부터 출발해 걷는데 한림면 행정복지센터가 있었다.
언덕이 있는 마을 중간을 가로질러 걸었다.
그러면 내리막길이 나오고 어떤 공장단지가 나오는데 이 또한 가로질러 가야 한다.
공단을 빠져나오면 왕복 2차선 도로가 나온다.
한참을 걷자 멀리 봉화산이 보이는 듯 했다.
옆에 철로에선 화물기차가 지나갔다.
계속 걷는데 중간에 말농장이 나왔다. 말 2마리가 보여 손을 흔들어줬다.
영강사라는 절이 나오기도 했다. 근처에 멍프리라는 애견카페가 있는데 리뷰를 보니 인기가 있는 곳 같았다.
내가 갔을 때는 단풍이 들 때라서 산과 들의 나무들이 알록달록 변하고 있었다.
봉화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걷다보면 지광사라는 절이 나오고 길이 나뉘는데 이쯤 오면 거의 다 온 것이다. 이때부터는 시골의 1차선 도로가 이어진다.
드디어 봉하마을과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알리는 푯말이 나왔다. 약 1.5km 정도만 걸으면 된다.
봉하마을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길이었다. 왼쪽에는 논들이 쭉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살아 생전에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도셨을 것이다.
아까 봤던 철로에서 KTX산천이 지나가고 있었다.
남쪽지방이라서 그런지 귤을 재배하고 있었다. 제주 서귀포에서 보던 귤나무들이 있었다.
하늘에는 맹금류 새 한 마리가 내 머리를 위를 맴돌았다.
아까 내가 지나왔던 곳에 있었던 화포천습지 생태공원을 안내하는 안내도가 있었다.
봉화산의 사자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드디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묘역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몇몇 사람들이 참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노무현 대통령님에게 향했다.
드디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너럭바위 묘 앞에 도착했다. 12년이 걸렸다. 여기가 뭐 그리 멀다가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나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님께 무어라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그저 당신의 뜻한 바대로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깨어있는 시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이 헛헛하고 쓸쓸했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대통령님의 묘역 뒤로 부엉이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묘역 앞쪽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생을 정리한 게시판이 있었다.
묘역 옆쪽에는 매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열리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죽은 자를 기리는 묘역이 주는 쓸쓸함과 단풍이 주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역설적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이 땅에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면 이러한 역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저 위에 부엉이바위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
큰길을 따라 나오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를 복원해 놓은 곳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곳 생가에서 8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봉하마을로 왔을 때는 다른 형태의 집이 있었는데 고교 동창이 그 집을 매입하여 김해시에 기부한 이후 생가 복원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가족들의 기억을 통해 당시 생가의 모습을 그린 스케치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는 전형적인 초가집 형태였다. 방은 2칸이었고 부엌이 딸린 구조였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뒤쪽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거주하던 사저가 있었다. 하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대나무 등으로 안 보이게 해놨다.
노무현 대통령님 생전에 많은 방문객들이 사저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님께 나오라고 외치던 곳이 있었다. 유튜브에 이와 관련된 영상이 있는데 이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께서 재임 때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 일 안 하고 노니까 좋다고 한다며 웃음을 지으셨던 곳이다.
나는 이제 봉하마을을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나기 전에 봉화산을 한 번 보고나서 발걸음을 돌렸다.
봉하마을 입구에는 봉하마을 안내도가 있었다.
나는 3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봉하마을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마침 시간이 되어 300번 버스가 도착했다.
이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계속 가다가 마산으로 가기 위해 설창 정류장에서 하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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