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용연계곡을 둘러보며 그 이국적이고 웅장한 자태에 감명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인근에 있는 용두암을 찾았다.
고등학생 시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오면서 처음으로 온 것이 이 용두암이었다. 이 용두암을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다시 찾게 되었다.
용연계곡에서 용두암까지는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제주 용두암
용두암은 제주 북부 해안에 위치해 있다. 제주국제공항과도 가까워서 사람들이 제주도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 중 하나다.
용두암 전망대를 가기 전에 작은 공원이 있어 쉬면서 바다쪽을 둘러봤다. 하늘에는 여전히 비행기가 쉴새 없이 이륙하고 있었다.
거친 파도가 현무암 암석을 향해 강하게 치며 물보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전망대가 용두암 전망대다.
멀리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이 보였다.
나는 다시 용두암 전망대로 향했다. 다행히 용두암 전망대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용두암을 관람하기 좋았다.
용두암은 여전히 수학여행 때 봤던 그 모습으로 있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과 함께 했던 친구들 생각이 났다.
용두암은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추정컨대 수십만 년 전에 용암에 의해 형성된 용두암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 거칠게 굳은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생긴 노을과 함께 뭉게구름이 만들어내는 하늘이 용두암의 모습을 더욱 인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반대편에는 파도에 의해 많이 침식된 것으로 보이는 현무암 암석 해변이 보였다.
전망대 옆으로는 용두암을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게 마련한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왔다. 바닷물로 인해 현무암 해안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서쪽에서 바라본 용두암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위에서 바라봤을 때보다는 더 강하게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용두암에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하늘을 나는 용이 되고 싶어하던 이무기가 있었다고 한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던 순간 한라산 신이 화살을 쏘아 용을 맞춰 하늘로 못 오르게 했다고 한다. 용은 그 슬픈 한을 바다를 향해 포효하다 그대로 굳어져 지금의 용두암이 되었다는 것이다.
용두암을 보다가 나는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봤다. 이번 여행에서 제주 바다는 이것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쉼없이 부는 바람과 함께 바다를 지겹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이라고 하니 좀 섭섭했다.
3박 4일이란 시간이 제주를 모두 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쌓였던 답답한 마음을 모두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 인생에서 제주가 어떤 곳인지 처음 경험시켜줬던 용두암이 이번 제주 여행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나는 제주를 다시 찾겠다고 기약을 하고 용두암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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