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부산에 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돼지국밥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중 하나로 호불호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아주 정확한 시초는 알기 어렵지만 부산의 돼지국밥은 대략 6.25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많은 피난민들이 모인 상태에서 생긴 음식이라고 한다. 돼지 사골과 고기를 푹 고아서 만든 국밥이다.
서울에선 돼지국밥보다는 순대국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괜찮은 돼지국밥집은 순대국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돼지국밥과 순대국의 큰 차이는 내용물에 있다. 돼지국밥은 앞다리살, 뒷다리살 같은 살코기가 들어가지만 순대국의 경우 머릿고기, 염통, 오소리감투 등의 내장 고기가 들어간다.
또한 돼지국밥은 밀양식과 부산식으로 나뉜다고 하는데 밀양식은 사골 비중이 높아 육수가 우유처럼 더 뽀얗고 부산식은 그보다 덜하기 때문에 맑다고 한다.
나는 지도 어플로 해운대에 있는 돼지국밥집을 검색해봤다. 많은 식당이 검색되었는데 그 중에서 그냥 평점이 놓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해운대 오복돼지국밥
내가 향한 곳은 오복돼지국밥이었다. 위치는 해운대역 앞 구남로 문화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광장 앞에 바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검색해보니 해운대 오복돼지국밥 본점은 3대째 운영되고 있는 돼지국밥집이라고 한다. 1953년 처음 영업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오복돼지국밥집의 모습은 위와 같았다.
저녁 식사 때여서 그런지 손님들이 꽤 많았다. 나는 혼밥 손님이라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2인 테이블 하나가 남아서 그곳에 착석했다. 식당 안은 굉장히 깔끔했다. 일반 시장 느낌이 나는 식당이 아니었다.
나는 나홀로 혼밥을 하는 입장이라 눈치가 보였는데 남자 사장님께서 다가오시더니 너무나 친절하게 나를 대해주셨다. 처음에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모든 손님들에게도 친절하셨고 인터넷 리뷰에도 사장님의 친절함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나는 메뉴를 볼 필요도 없이, 고민 할 필요도 없이 바로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내가 갔을 때는 돼지국밥의 가격이 8500원이었다.
먼저 반찬이 나왔다. 배추김치, 깍두기를 비롯해 부추(정구지), 양파, 고추, 쌈장, 소면이 나왔다.
깍두기는 일반 국밥집 스타일의 맛이었다. 다만 좀 덜 달았다. 나는 오히려 덜 단 게 좋았다.
그러고 나서 밥과 돼지국밥이 나왔다. 밥은 따로 나왔는데 토렴식 돼지국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왕이면 토렴으로 나왔으면 했었다.
돼지국밥은 뽀얬다. 진한 사골육수가 느껴졌다. 내용물은 돼지 살코기였다. 앞다리살은 아니고 뒷다리살 같았다. 얇게 썰어서 그런지 퍽퍽한 느낌은 들지 않고 부드러웠다.
돼지국밥에 부추를 모조리 때려 넣었다. 그리고 양념장은 넣지 않았다. 돼지 육수의 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양념장을 넣게 되면 쿰쿰한 돼지의 향을 느낄 수 없다.
나는 본격적으로 돼지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돼지국밥의 맛은 깔끔했다. 무엇보다 돼지 잡내가 별로 나지 않아서 좋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제주산 돼지의 사골로 육수를 고아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잡내가 나지 않았다.
나는 밥을 말아 김치, 깍두기와 함께 한 뚝배기했다. 서울의 순대국이 내장 고기를 넣어 특유의 식감이 특징이라면 돼지국밥은 살코기만 들어 있어 오히려 더 익숙하고 부담이 없었다. 무엇보다 진한 사골국물이 여행으로 지친 내 속을 따뜻하게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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