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공주를 출발해 부여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부리니 어느덧 5시가 되었다. 나는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부여의 관광지 중 하나를 더 돌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숙소를 나섰다.
해가 점점 지면서 날이 저물고 있었다. 부여 시내는 마치 30년 전 모습에서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도시 전체가 백제의 도읍지였던 만큼 고도제한을 비롯한 개발제한이 걸려 그런 것 같다.
부여에서 한 가지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신호등이었다. 횡단보도는 있는데 신호등이 없어서 언제 건너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대충 좌우를 살피면서 길을 건넜다. 그러면 다가오는 자동차들이 보행자를 보고 알아서 멈췄다. 서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마음 속으로 정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부여 궁남지
부여 궁남지는 부여군청이 있는 시내 중심부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다.
나는 숙소에서 나와 궁남지를 향해 걸었다. 당시 평일이라 그런지 시내에 별로 사람이 없었다.
궁남지로 가는 도중에 부여군청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백제대종이라는 큰 종도 볼 수 있었다. 새해가 되면 아마 이곳에서 신년 타종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얼마를 더 걷자 궁남지 입구가 나왔다. 위와 같이 궁남지 안내 지도가 나왔다. 가운데 큰 호수에 있는 포룡정이 있고 그 주변으로 연밭과 정원이 있다.
궁남지는 이곳 부여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시대에 지어진 기록상 최초의 인공 정원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무왕 35년인 634년에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그 주위에는 버드나무를 심었다고 나와 있다. 백제 무왕은 서동요로 알려진 그 서동이다.
처음 궁남지로 들어섰는데 깜짝 놀랬다. 여행을 계획할 때 지도로만 봤을 때는 그냥 호수 가운데 정자 하나만 있는 그런 곳인지 알았다. 그런데 인공 호수 주위를 위와 같은 늪지와 연밭, 그리고 느티나무 등으로 둘러싼 곳이었다. 그 규모가 상당해서 길을 잃을 뻔 하기도 했다.
또한 중간 중간 늪지와 늪지 사이에 길에는 저녁잠을 자려는 청둥오리들이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헤엄을 치며 잠자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곳 궁남지의 하이라이트는 위 사진들에 보이는 연밭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이미 연꽃은 지고 없고, 연잎들도 많이 시든 상태였는데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늪지에 수많은 연근들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있는 느티나무들과 어울어져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특히 내가 갔을 땐 평일이라 사람이 드물어 내 주위에 아무도 없는 순간에는 해가 지면서 노을빛에 궁남지가 황금빛으로 변하며 저세상 풍경을 나타냈다.
점점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멍하니 그냥 길에 서있기도 했다.
왜가리인지 학인지 모를 새 한 마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보통 7월에 연꽃과 연잎들이 만발한다고 하는데 그때 오면 얼마나 멋진 풍경을 보일지 궁금했다. 모든 풍경들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청둥오리들이 정말 많았다.
사람을 별로 무서워 하지 않는지 위 사진처럼 오리들이 내 옆을 헤엄쳐서 지나가기도 했다.
포룡정
계속 걷는데 인공 호수에 떠 있는 포룡정이 보였다.
좀 무섭긴 했지만 호수를 건너 포룡정까지 가보기로 했다.
호수 위를 걷는 와중에도 해는 계속 지고 있었다.
포룡정에 가는 동안 호수를 보니 잉어를 비롯한 수 많은 물고기떼가 보이기도 했다.
나는 호수 주위 풍경을 감상하면서 포룡정 한 바퀴를 돌았다.
저녁 6시가 넘자 위와 같이 호수 중간에 있는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곳곳에 있는 가로등에서 불이 켜지면서 궁남지를 더욱 운치있게 만들었다.
이곳 궁남지의 낮의 모습을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저녁 시간에 오면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꽃이 만발하는 7월에는 천만송이 연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그때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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