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2시간 정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래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좀 쉬었다.
시간은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어야 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추천은 민어회였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가격이 상당했다. 또한 혼밥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나 혼자 횟집에 앉아 회를 먹는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여행 전에 미리 봐둔 식당에 가기로 했다.
목포 선경준치회집
선경준치회집은 목포 유달산 남쪽 끝자락이자 영산강 하구 겸 바다 해안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가 묵고 있던 숙소에서 1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목포의 밤풍경을 즐기기 위해 걷기로 했다. 지도상으로는 얼마 안 걸릴 것 같았는데 언덕을 2개나 넘어 40분 가까이 걸렸다.
언덕을 넘는데 유달산과 고하도를 오가는 케이블카가 보였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기둥을 비춰서 화려하게 만들었다.
조선내화공장을 지나 선경준치회집 가까이 다다랐다. 케이블카는 계속 운행하고 있었다.
선경준치회집은 도로가 옆에 바로 있었다. 또한 위 사진과 같이 간판이 커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부는 두 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 쪽은 좌식 테이블이 있는 곳이었고 다른 한 쪽은 의자 테이블이 있었다.
메뉴판을 봤다. 오른쪽은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는 음식들이었다. 갈치찜을 보니 그걸 먹고 싶었지만 2인분 이상 주문이라 포기했다.
내가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송어회(또는 밴딩이)무침, 병어회무침, 준치회무침이었다.
인터넷에서 준치회무침이 유명하다는 글을 많이 봐서 준치회무침을 주문했다.
내부공간은 대충 이랬다. 저녁 시간 때라 연세가 지긋한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10분 정도 후에 음식들이 나왔다. 준치회무침를 기본으로 생선요리, 된장국, 고사리 나물, 파래무침 등이 나왔다.
왼쪽 아래 보이는 비빔밥 그릇은 밥과 준치회무침을 비벼 먹기 위한 것이다. 그릇 안에는 참기름이 들어가 있었다.
우선 준치회무침의 경우 비주얼은 일반적인 회무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준치회를 기준으로 오이, 양파, 미나리 등을 넣어 무쳤다.
준치회는 전어회처럼 뼈를 바르지 않고 통째로 썰린 상태였다. 그것이 처음 준치를 먹어 보는 나한테 비극의 서막이 될지 몰랐다.
고등어 구이도 있었다. 일반 백반집에서 나오는 미리 구워 비린내가 나고 퍽퍽한 고등어 구이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이 고등어 구이는 너무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준치회무침보다 이것이 더 맛있었다
김치가 나왔는데 비주얼은 묵은지인데 실제 맛은 묵은지보다는 신김치 맛이 났다.
먹갈치 조림도 있었다. 맛은 괜찮았는데 나왔을 때는 이미 식은 상태라서 약간 뻣뻣했다. 뜨거운 상태에서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준치회의 가시 유감
본격적으로 준치회무침과 밥을 비비기로 했다.
그릇에 밥과 준치회무침을 80% 정도 넣고 비볐다. 비비는 모양새는 거의 단골 현지인 느낌으로 맛있게 비볐다.
크게 한 술을 떠서 야무지게 먹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던 터라 처음에는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입 속에서 계속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준치의 가시였다.
그냥 대충 씹고 삼키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꼭꼭 씹어서 삼켰는데 계속 그렇게 먹다 보니 힘들어서 못 먹을 지경이었다.
준치회무침 자체는 맛이 좋았다. 회무침은 초장의 맛이 반이라 초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정도면 꽤 맛있었다. 오이, 미나리, 양파 등의 채소 상태도 좋았다. 하지만 준치가 문제였다. 여행 전 목포에서 준치라는 생선을 처음 먹는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 기대가 산산히 부서졌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속담 ‘썩어도 준치’는 더 이상 나한테 통하지 않는 속담이 되었다.
촘촘하게 박혀 있는 가시를 그냥 삼켰다간 목에 걸리거나 뱃 속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완전 잘게 될 때까지 씹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비빔밥을 40분 가까이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입의 저작근이 얼얼하고 아팠다.
준치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볼 때 아직 내가 먹는 법을 모른다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내가 준치회무침을 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찾아보니 준치에 왜 이렇게 가시가 많은지에 대해 한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맛있는 준치를 너무 많이 먹어 멸종 위기에 놓이자 용왕님이 모든 어류의 가시를 하나씩 모아 준치한테 꽂았다고 한다. 그 후론 준치를 먹을 때 가시 때문에 사람들이 고생을 하자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믿지 못할 전설이 내려온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봤는데 세꼬시처럼 준치의 가시를 오둑오둑 씹으며 즐기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나처럼 가시 때문에 고생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케바케지만 나한테는 힘든 경험이었다.
준치회무침의 가격은 8,000원이었다. 서울의 밥값을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렇지만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하신 목포 민어회거리의 민어회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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