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제주 용두암을 관람하고 뚜벅뚜벅 걸어서 제주 동문시장으로 향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음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내가 선택한 마지막 제주 음식은 몸국이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 약간 기괴한 느낌도 들지만 육지에서의 순대국이나 설렁탕처럼 제주에선 흔하고 친숙한 현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자연몸국
자연몸국 식당은 제주 동문시장 서편 끝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자연몸국 식당은 위와 같았다. 식당 앞에는 갖가지 채소와 과일 등을 같이 팔고 있었다.
식당 내부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다. 한 테이블에서 제주 현지인으로 보이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구조는 대략 이랬다. 테이블 수가 그렇게 넉넉하지 않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 나는 저녁 식사 시간을 좀 넘긴 시간에 가서 한산한 편이었다.
메뉴를 보니 몸국은 물론 접짝뼈국, 고등어구이, 옥돔구이, 아강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 번씩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나는 혼밥을 해야 하는 처지라 그냥 몸국만 주문했다.
벽에는 <6시 내고향>에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을 액자에 걸어두고 있었다.
갈치속젓
먼저 반찬들이 나왔다. 일반적인 국밥 반찬들이었다.
두 개의 장이 나왔다. 하나는 된장인 것을 알았는데 다른 하나가 뭔지 몰랐다. 사장님께 여쭤봤다.
사장님께서는 그것이 갈치속젓이라고 했다. 몸국을 먹을 때 옆에 있는 절인 배추에 갈치속젓을 싸서 먹으면 맛있다고 하면서 웃었다.
몸국
드디어 몸국이 나왔다. 이번에는 몸국을 어떻게 먹어야 되는지 물었다. 사장님께서는 그냥 국밥 먹듯이 먹으라고 하면서 칼칼한 것을 원하면 갈치속젓을 넣어서 먹으라고 했다. 마치 순대국에 양념장을 넣는 것처럼 말이다.
사장님께서는 같이 일하고 있는 딸한테 서울에서 온 총각이 자꾸 궁금해서 묻는다며 제주도 사투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몸국의 색깔은 뽀얬다. 몸국 안에는 잘게 다진 돼지고기, 모자반, 무 등이 들어가 있었다.
몸국에서 ‘몸’이란 모자반의 제주도 사투리다. 몸국은 제주도에서 잔치가 있을 때면 돼지를 잡아 끓이던 일종의 잔치 음식이었다. 제주도에서는 퇴비를 위해 집집마다 돼지를 길렀는데 이른바 똥돼지였다. 지금은 흑돼지로 부르는 그것이다.
잔치 때가 되면 이 흑돼지를 잡아서 몸국을 끓였는데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많이 넣다보면 묽어져서 채울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다에서 많이 나는 모자반을 넣었던 것이다. 또한 돼지고기는 많은 사람들이 고루 먹게 하기 위해 잘게 잘랐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비주얼의 몸국이 되었다.
얼핏 생각하면 돼지고기와 해조류의 만남이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생각하면 어떨까. 그래도 느끼한 것은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되겠지만 해결방법이 있다. 바로 땡초(청양고추)다. 이 땡초를 넣어 칼칼하게 만들면 느끼한 맛이 줄어든다. 그것도 부족하면 갈치속젓 등을 넣어 먹으면 된다.
밥은 이미 몸국 안에 들어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몸국을 앞에 두고 떨렸다. 용기를 가지고 몸국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 약간 느끼한 맛이 맴돌았지만 칼칼한 땡초 덕에 먹을 만 했다. 순대국이나 돼지국밥을 먹을 수 있다면 몸국은 별 거 아니었다. 양념장을 넣지 않은 순대국에 청양고추가 약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돼지고기도 잘게 썰리고, 모자반도 푹 익어서 그런지 몸국은 술술 넘어갔다. 나는 사장님의 추천에 다라 절인 배추잎에 갈치속젓을 싸서 먹어봤는데 예상한 것보다 몸국과 궁합이 너무 좋았다. 원래 국밥 먹을 때 깍두기 킬러인데 깍두기 대신 갈치속젓과 함께 몸국을 한 방울도 남김 없이 먹었다.
몸국을 먹고 나니 저절로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몸국의 가격은 7,000원이었는데 생각보다 저렴해서 기분이가 좋았다. 여행 도중 모슬포항에 갔을 때 영해식당의 몸국을 못 먹어본 게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자연몸국에서의 몸국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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