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사려니숲길 투어를 마치고 나서 나는 다시 버스를 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랑쉬 오름이었다.
제주도에는 약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다랑쉬 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그 모습과 풍경이 빼어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갔던 오름은 산굼부리라는 오름이었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떤 오름을 오를까 고민하다가 사려니숲길에서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다랑쉬 오름을 선택하게 됐다.
교통편
나는 사려니숲길에서 다랑쉬오름으로 향하는 212번 버스를 탔다. 다랑쉬오름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국도가 있는데 내가 탄 버스는 다랑쉬오름 아래를 지나는 1136번 국도인 중간산동로를 통해 다랑쉬 오름 근처까지 갔다.
위 지도에서 보이는 다랑쉬오름 입구(남)라는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다랑쉬오름 입구까지는 도보로 약 30분이 걸렸다. 위 지도에서 보이는 빨간선이 도보 코스다. 지도에서 볼 땐 얼마 안 되어 보였는데 실제로 걷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자동차 없이 뚜벅이로 제주도를 여행하는 게 후회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다랑쉬오름으로 가는 길
위와 같은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야 했다. 자동차가 가끔씩 빠른 속도로 오고 가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길을 걷는데 오른쪽에 무언가 자라고 있는 밭이 보였다.
10분 넘게 걷자 저 멀리 다랑쉬 오름이 보였다.
점점 걸을수록 다랑쉬오름이 가까워졌다. 도로가 포장 작업 중이라서 비포장인 부분도 있었다.
중간에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데 밭 중간에 무덤이 있었다. 봉분이 있고 주위를 현무암으로 둘렀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주도에서는 산담이라고 불리는 이런 무덤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계속 걸을수록 다랑쉬오름뿐만 아니라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끈다랑쉬오름 역시 점점 가까워졌다.
다랑쉬오름
드디어 다랑쉬오름에 다다랐다. 많은 등산객들이 입구 앞에서 서성였다.
다랑쉬오름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다랑쉬오름의 코스 지도가 있었는데 어차피 분화구가 있는 단성화산이라서 한 가지 코스밖에 없었다. 정상에서는 분화구 주위를 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한 다랑쉬오름 아래 주위에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다랑쉬오름을 설명하는 비석이 있었다. 다랑쉬오름은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들 중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라고 한다. 분화구의 깊이가 백록담과 비슷한 115m다.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하여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다랑쉬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랑쉬오름 맞은편에는 아끈다랑쉬오름이 자리잡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다랑쉬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랑쉬오름의 아랫부분에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등이 조림되어 있었다.
다랑쉬오름의 높이가 약 380m라고 하여 만만하게 봤는데 경사가 매우 가팔라서 오르는데 힘이 들었다.
점점 오를수록 제주 동부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이 끝없이 나왔다. 만만하게 봤다가 후회를 하고 몇 번이나 중간에 쉬었는지 모르겠다. 며칠간 계속된 도보여행으로 다리 근육이 많이 피로한 상태에 무거운 가방으로 인해 등산이 더욱 힘들었다.
계속 오르니 앞에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까지 왔다.
계속 올랐다.
이 날은 뿌연 대기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아 아쉬웠다.
해송과 철쭉으로 둘러싸인 위 계단까지 온다면 거의 다 온 것이다.
드디어 분화구 둘레길까지 다 올랐다. 이제 정상으로 가는 길만 남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둘레길에는 많은 해송이 양 옆으로 심어져 있었다.
드디어 다랑쉬오름 정상에 다다랐다. 이곳이 다랑쉬오름의 정상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방향은 제주의 북동쪽이다. 대기가 맑으면 바다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이 날은 그렇지 못했다.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 성산일출봉 방향을 바라봤다. 역시나 성산일출봉은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의 밭과 다른 오름이 어렴풋이 보였다.
이곳에는 382.4m의 다랑쉬오름 정상이라는 것을 알리는 푯말이 있었다.
서쪽 방향으로 오름 2개가 보였다. 왼쪽에 있는 것은 돛오름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둔지오름이었다. 돛오름 앞에는 비자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비자림이 있다.
다랑쉬오름 정상에는 억새밭이 있었는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억새를 흔들면서 내 마음까지 흔들었다. 마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대나무숲에서 녹음을 하고 있는 유지태처럼 멍하니 서서 바람소리를 들었다.
제주도는 어디에 있어도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다랑쉬오름 분화구
다랑쉬오름의 분화구를 들여다봤다. 생각보다 엄청컸다. 한라산 백록담 깊이와 같다고 하니 그 웅장함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분화구 안쪽에는 억새와 해송 등이 있었다.
혹시나 분화구 안에 큰 동물이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새들만 가끔씩 왔다갔다 했다.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제주도의 강한 바람이 분화구 안을 휘돌아 가면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에 이를 모르고 “근처에 공항이 있나?”하는 생각을 했다.
분화구 둘레길에 다른 여행객들이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둘레길 곳곳에서 분화구와 맞은편을 바라보는데 억새밭와 해송 군락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혹시나 분화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서 포기했다.
분화구 둘레길 마지막에 철쭉으로 둘러싸인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나오면 둘레길을 한 바퀴 돈 것이다.
나는 이제 다랑쉬오름 맞은편에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에 오르기 위해 다랑쉬오름에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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