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부대찌개는 이름처럼 어려웠던 시절에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햄과 소시지를 이용해 찌개 형식으로 먹었던 음식이다. 당시 햄과 소시지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김치와 함께 찌개로 먹었던, 시대가 만들어 낸 퓨전음식이었다.
경제 성장으로 넉넉해진 생활수준 함께 소고기, 돼지고기 등 찌개 재료가 되는 여러 육류, 어패류가 풍부해졌지만 그래도 부대찌개는 한국인에서 일종의 소울푸드로 남아 있다. 치트키인 햄과 소시지, 그리고 진한 양념 육수는 어떤 것으로도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만나게 되었다. 같이 먹을 음식을 찾던 중 부대찌개를 먹자고 했다. 학교 다닐 때 자주 갔던 송백 부대찌개 집에 가자고 했다. 마침 비도 오고 그래서 칼칼한 국물이 당기기도 했다.
부대찌개 맛집이야 얼마든지 많지만 송백 부대찌개는 학창시절 우리들의 추억이 짙게 베인 곳이었다.
송백 부대찌개
송백 부대찌개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 도렴동에 위치한 부대찌개 집이다. 더 정확히는 외교부 청사 뒤 건물 지하 상가에 있다. 도로변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가 있다. 그곳으로 내려가면 된다.
음식점이 밀집한 지하 상가를 걷다보면 위와 같은 송백 부대찌개 집이 보일 것이다.
자리에 앉은 후에 부대찌개를 주문하자 종업원이 인원 수 대로 위와 같이 부대찌개가 담긴 냄비와 공기밥, 라면사리, 김치, 앞접시들을 가져다 줬다. 이날은 주말에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이었는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부대찌개 안에는 스팸 햄, 콘킹 소시지를 비롯해 김치, 콩나물 등이 들어 있었다.
부대찌개가 끓기 시작할 때 라면사리를 넣었다. 라면사리는 기호에 따라 통째로 넣어도 되고, 쪼개서 넣어도 되고, 반으로 잘라 넣는다.
햄과 소시지의 향이 육수에 진하게 배고, 라면 사리가 익었을 때 부대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햄과 소시지는 언제나 치트키이기 때문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치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느끼하지 않아 자꾸 먹게 됐다.
이 부대찌개 집의 특징은 콩나물을 넣는다는 점인데 콩나물의 시원함이 육수와 어우러져 국물이 너무 맛있었다. 공기밥에 국물을 넣고 비벼서 김치와 먹으면 바로 끝난다.
개인적으로 부대찌개의 진주인공은 라면사리라고 생각한다. 라면사리를 이 집 특유의 재료인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아삭한 콩나물과 라면사리가 입 안에서 환상의 콜라보를 이룬다. 그리고 국물까지 떠 먹으면 저절로 소주 한잔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과 이 집을 찾았던 이유 중 하나가 맛도 있지만 밥과 라면사리, 육수가 무한리필이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라면사리를 더 가져다 먹었다. 사진으로 찍지 못했지만 한곳에 라면사리가 잔뜩 들어있는 박스가 쭉 있다. 박스 안에서 먹고 싶은 만큼의 라면사리를 가져와서 냄비 안에 넣으면 된다. 육수 역시 종업원에게 말하면 육수가 들어있는 주전자를 냄비에 따라준다.
마침 이 날 비가 와서 그런지 부대찌개가 더 맛이 있었다. 또한 가격이 1인당 8,000원이기 때문에 여럿이 같이 먹는 음식 치고는 그렇게 부담이 없었다.
만약 광화문 인근에 가격 부담 없는 맛집을 찾는다면 송백 부대찌개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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