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전날 부산에 와서 저녁으로 먹은 음식은 오복돼지국밥의 돼지국밥이었다. 서울에서 먹던 순대국과 비슷하면서도 깔끔함이 있었던 돼지국밥이었다.
김치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나는 다음 여행지로 갈 준비를 했다. 떠나기 전 나는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지 생각했다. 순대국을 좋아해서 돼지국밥을 한 번 더 먹을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아침식사로 돼지국밥를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검색을 한 끝에 해운대에서 아침식사로 할 만한 것이 돼지국밥밖에 없다는 판단에 나는 또 다른 돼지국밥집으로 향했다.
해운대 형제전통돼지국밥
내가 향한 곳은 해운대 꼼장어골목(해운대 전통시장) 안에 있는 형제전통돼지국밥이었다.
형제전통돼지국밥은 구남로 문화광장에 있는 꼼장어골목 입구에 바로 있었다.
이곳이 형제전통돼지국밥집이다. 무려 1972년에 개업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운영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햇수로 50년이 되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50년 전통이라고 하기엔 좀 협소했다. 식당 안은 위와 같았다. 위와 같은 테이블이 4개가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부산 아재 1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혼밥이라 부담이 없었다.
메뉴를 보니 돼지국밥, 따로국밥, 내장국밥, 순대국밥, 섞어국밥 등이 있었다. 나는 7,000원짜리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부산식 돼지국밥
약 5분 뒤에 위와 같이 돼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에 돼지국밥을 중심으로 부추무침, 깍두기, 양파, 고추, 마늘, 쌈장 등이 나왔다.
돼지국밥의 국물은 매우 맑았다. 전형적인 부산식 돼지국밥이었다. 또한 부추(정구지), 양념장, 송송 썬 대파 등이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돼지 뒷다리살이 두툼하게 썰려서 들어가 있었다. 해운대 형제전통돼지국밥의 특징 중 하나가 고기 양이 많다는 것이다. 딱 보기에도 많아 보였다.
위 부추무침은 반찬용으로 보였는데 나는 그냥 국밥에 넣어 먹었다.
나는 밥이 안 나와서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뚝배기 안에 들어 있었다. 토렴식이었던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나는 토렴식 돼지국밥이라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 정말 제대로 된 부산식 돼지국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토렴된 밥이 국물에 약간 불어서 부드럽고 맛있었다.
고기의 경우 전날에 갔던 오복돼지국밥보다 두툼했다. 뒷다리살이라서 그만큼 퍽퍽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밥과 함께 먹으니 괜찮았다.
옆에 새우젓이 있었는데 이미 돼지국밥에 양념장이 들어있어 어느 정도 간이 되어 있다. 먹어가면서 넣어야 한다.
나는 반찬으로 나온 부추무침을 그냥 통째로 다 넣었다. 원래 부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뚝배기 안에 부추가 좀 적어보였기 때문이다.
양념장을 풀고 부추무침을 돼지국밥과 섞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돼지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양념장과 부추무침으로 인해 칼칼한 맛이 강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양념장이 이미 뚝배기 안에 들는 점은 아쉬웠다. 나처럼 특유의 돼지 잡내를 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인위적으로 양념장을 통해 돼지 잡내를 없애려 하면 돼지국밥의 특색이 사라진다.
양념장과 별개로 돼지국밥 자체 돼지 잡내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역사의 전통을 자랑하는 형제전통돼지국밥이지만 식당의 비주얼상 왠지 돼지국밥에서 잡내가 날 것 같은 선입관이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돼지국밥의 맛은 깔끔했다. 그러면서도 양념장을 넣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배고픈 상태에서 먹다보니 어느덧 뚝배기를 깔끔하게 비웠다. 남은 여행 일정을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돼지국밥의 깔끔한 맛과 7,000원이라는 가격에 만족해하며 형제전통돼지국밥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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