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몇 년 전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했을 때 부산은 영화 <친구> 이후로 다시 한 번 주목 받았다. 6.25 한국전쟁으로 이북에서 피난 온 덕수네 가족이 한국 현대사 격변기 속에서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펼쳐가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번 부산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런 국제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부평깡통시장
국제시장은 보수동 책방골목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둘러본 후에 나는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도 어플을 자세히 보니 뭔가 심상치 않았다. 국제시장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었다. 국제시장을 중심으로 건너편에는 부평깡통시장이 있었으며, 아래로 내려오면 남포동 거리, 광복로, BIFF 광장 등이 있었다. 또한 더 아래로 내려오면 한국 최대 어시장인 자갈치 시장이 있었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부산으로 피난 온 피난민이 이룩한 이곳은 대한민국 최대의 재래시장 상권지역 중 하나였다. 서울에서 이런 곳을 찾자면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상권 정도 될 것 같다.
나는 일단 부평깡통시장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길 건너편을 보니 좌측에는 국제시장, 우측에는 부평깡통시장이 있었다.
부평깡통시장은 1890년 ‘사거리시장‘이란 이름으로 이곳 부산 부평동에 자리잡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다 6.25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미제 통조림 등을 가져다 팔면서 깡통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곳에는 흔히 말하는 외제물건을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장을 돌아보는데 해외 제품들이 팔리고 있었다. 특히 일본 물건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는 한편 다른 곳에서는 의류들을 파는 상점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여성의류와 액세서리 상점들이 많았다.
깡통시장 내부로 들어가봤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부산이라서 그런지 수제 부산어묵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어묵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모습은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해산물도 많이 팔고 있었다.
역시 시장에 분식이 빠지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떡볶이, 어묵(오뎅) 등을 먹고 있었다. 특히 이가네 3대천왕 떡볶이 집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있었다.
사실 깡통시장의 백미는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이라고 한다. 저녁 때가 되면 시장 통로 가운데로 많은 먹거리가 팔린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니는 시간이 일러 야시장 먹거리를 먹지 못했다.
국제시장
깡통시장은 굉장히 큰 규모였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나는 길을 건너 국제시장에 가봤다.
나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깡통시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국제시장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많은 상점이 있을 기대를 하고 길을 건넜다. 그런데…
국제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다녔다. 맙소사! 시장이 텅텅 비어 있었다. 상점들은 많았지만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길 하나 차이로 부평깡통시장과의 상권 차이가 이렇게 날지 몰랐다. 솔직히 말해 국제시장의 상권은 거의 죽어있었다.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길거리 음식으로 원인을 꼽고 싶다. 국제시장에는 일반적인 시장에서 파는 생활용품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깡통시장 같은 길거리 음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찾아보니 부평깡통시장에 야시장을 도입한 이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야시장하면 길거리 음식이다. 국제시장은 영화 <국제시장> 이후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코로나와 함께 부평깡통시장에 상권을 완전히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 상권의 삼투압 현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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