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제주에 도착하여 동문시장 동진식당에서 고기국수를 호로록 하고 나서 나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 설명에 앞서 나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큰 착오를 했다는 점을 고백한다. 바로 제주도 크기가 얼마 안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제주도 여행을 하려는 뚜벅이임에도 불구하고 첫날 숙소를 제주 남부 서귀포시에 잡았다. 즉 게스트하우스에 가기 위해서는 제주도 반 바퀴를 돌거나 한라산을 가로질러 내려가야 했다.
지도로만 볼 때는 제주도가 얼마 안 되어 보였기에 제주도 반 바퀴를 돌면서 중간 중간을 여행하자는 생각이었다. 동문시장에서 고기국수를 먹을 때만 해도 그 계획은 아무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문제였다. 제주도의 시내버스 배차시간이 상당해서 1회 환승을 포함해 2대 버스를 기다리는데만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됐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였다.
원래 계획은 고기국수를 먹고 애월항, 협재 해수욕장, 그리고 모슬포항을 여행한 후에 서귀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그러질 못했다.
결국 제주 여행 첫날 제대로된 여행은 애월항 뿐이었다.
버스 버스 버스…
내가 있던 동문시장에서 애월항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1회 환승해야 했다. 우선 첫 번째 환승지인 제주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동문시장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나는 이곳에서 무려 40분이나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올 생각을 안 했다. 많은 버스가 도착했지만 내가 타야할 버스는 40분 후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갔다. 공항까지 가는데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제주국제공항 4번 게이트 앞 버스정류장에서 애월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내가 기다린 버스는 102번 버스였는데 이 버스는 제주도를 왼쪽으로 반 바퀴 순환하는 노선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 버스를 기다리느라 40분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앞에 야자수를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애월리 애월항
102번 버스를 타고 40분 가까이를 달려 애월환승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드디어 애월항에 온 것이다. 이곳의 위치는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였다. 가수 이효리가 거주했던 곳은 애월읍 소길리다.
바다를 보러 가기 위해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길 양쪽으로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만 봐도 이곳이 제주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작은 어촌 마을이라 집들이 아담하고 귀여웠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옆에는 현무암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이 보였다.
드디어 바다가 나왔다. 이곳은 일반적인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현무암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변이었다. 오른쪽에는 배들이 들나들 수 있는 애월항이 있었지만 나는 현무암 해변만 둘러봤다.
날씨는 온화했고 바람은 그칠지 모르고 계속 불어왔다.
나는 현무암 암석 위로 성큼 성큼 발을 내딛으며 바다쪽으로 가까이 갔다. 바람은 더욱 세게 내 얼굴을 스쳐지나갔고 입으로 크게 숨을 쉬자 약간 짭짤한 맛도 느껴졌다.
위 영상은 바닷물이 찰랑이는 곳에서 바다를 찍은 것이다. 파도는 잔잔했고 물은 한 없이 맑았다. 물 속에 손을 넣어봤는데 차갑지 않았다. 그냥 물 속으로 들어가 아이처럼 첨벙첨벙 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갯바위 낚시를 하는 조사들이 보였다.
중간에 한 정자가 있길래 잠시 앉아서 쉬면서 바다를 바라봤다. 왜 사람들이 “제주라서 좋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멀리 한라산이 보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지나갔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역사적 유적이 있었는데, 바로 애월환해장성이었다. 애월환해장성은 고려시대 때 몽골과의 강화를 반대하는 삼별초군이 탐라로 들어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조정에서 쌓게 하였고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정비되며 조선시대까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는 역할도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에 약 360m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일반적인 현무암 돌담보다는 더 두껍고 높게 쌓여 있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대문이 있었다.
40분 마다 오는 102번 버스를 타기 위해 애월 해변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을 골목길을 걷는데 마당을 예쁜 조경으로 꾸며놓은 집이 있어 사진을 찍어봤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소변 신호가 와서 옆에 한 건물 2층에 들어가 볼일을 봤다. 다행히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제주 첫날 노을과 모슬포항
이미 시간은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원래는 협재 해수욕장에 들러 둘러보려고 했으나 시간도 늦고 날이 어두워져 포기해야 했다. 확실히 제주도는 차가 있는 게 편했다.
제주도에서의 첫날은 버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해상 풍력발전기가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나 일몰 때가 되어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태양의 모양과 크기가 서울에서 봤던 것과 달랐다. 제주도가 서울보다 위도상 더 아래에 있어서 그런지 태양이 더 크게 보였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는 더 크게 느껴졌다.
태양은 점점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서 자취를 감췄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모슬포항이었다. 애월항에서 무려 50분 정도를 달려 도착했다. 이곳에 온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몸국, 다른 하나는 모슬포항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모든 게 내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영해식당이라는 곳에 몸국을 먹으려고 했는데 6시도 안 된 시간에 이미 문은 닫혀 있었다. 재료가 소진되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울고 싶었다ㅠㅠ
다음으로 모슬포항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날이 이미 어두워지고 배도 고파 구경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근처 식당을 돌아봤지만 내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나는 숙소로 예약한 서귀포시로 가자고 생각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제주에서의 첫날은 나한테 너무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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