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김치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내려놓고 좀 쉬었다가 나는 밖으로 나왔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해운대 해수욕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학교 입학 후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부산 여행을 왔을 때 온 이후로 10여년 만에 해운대를 다시 찾는 것이다.
구남로 문화광장
해운대 해수욕장은 부산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에서 하차한 후 1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해운대역에서 하차하여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구남로 문화광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마치 광화문 광장을 연상케 했다. 양쪽에는 왕복 2차선의 차로가 있고 가운데에 광장이 있었다. 폭은 30m, 길이는 490m라고 한다.
총 3군데의 버스킹존이 설치되어 있어 예약만 하면 누구나 버스킹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해운대역부터 해수욕장까지 넓은 광장이 쭉 이어져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문화광장을 쭉 걸으니 드디어 해운대 해수욕장이 나왔다. 말이 필요 없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1.5km, 폭 70~90m로 규모나 주위 경치로 따졌을 때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시국에 평일 저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운대를 즐기기 위해 찾고 있었다. 내가 해운대를 찾을 때는 겨울이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해운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LCT를 비롯한 파라다이스 호텔, 팔레드시즈 등이 보였다.
LCT의 경우 최고 높이가 411m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정말 높았다.
나는 해수욕장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해운대를 즐겼다.
하늘은 구름이 많아 일몰 풍경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먼 바다에서 발달한 두꺼운 구름으로 인해 나름의 운치는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일행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서 그런지 계속 치는 파도가 나를 삼킬 것처럼 거칠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서서 그런 파도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좋았다. 제주도에서 봤던 바다의 모습과는 달랐다.
한쪽에선 부산 갈매기들이 나름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해운대 야경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저 멀리 보이는 센텀시티쪽 주상복합 아파트의 불빛이 해운대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나는 해운대 동편에 있는 횟집 타운을 둘러봤다. 가격 때문에 들어갈 마음은 없었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그런지 식당마다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곳만 빼고는 대부분 텅텅 비어 있었다.
송림공원
아침이 밝았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서 해운대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동쪽 하늘 높이 떠오른 태양과 바다에 반사된 그 태양빛이 내 눈을 부시게 했다.
나는 그 전날처럼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바다 모습을 마음 속에 간직하려 했다.
그때 미드의 한 장면처럼 한 백인 여성이 백사장을 조깅하며 내 옆을 지나가기도 했다.
나는 시간 관계상 이제 그만 해운대와 작별하자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해운대를 돌아나오는데 웬 공원이 있었다. 소나무로 이루어진 공원이었다. 이색적이기도 해서 나는 공원 안을 거닐었다.
이곳은 송림공원이라는 곳인데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는 전망대도 있었다.
동해안에서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이 있는 것은 봤는데 부산에도 이러한 소나무숲이 있는지 몰랐다.
다만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었는지 나무들이 아직은 덜 자란 듯 했다. 한 10년 뒤에 오면 더 풍성한 소나무숲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나는 해운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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