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들어가면서
공산성을 둘러보고 국립공주박물관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공주시의 시내버스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차라리 걷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공주를 여행하면서 국립공주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나에게는 이번 여행의 동기가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었다. 그건 바로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특별 전시였다.
백제 무령왕의 무덤인 무령왕릉은 1971년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발굴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은 채 졸속으로 단 몇 시간 만에 이뤄져 현재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당시에 쏟아져 나온 유물들은 한국 고고학 교과서를 다시 쓸 정도의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번 특별 전시에서 당시 출토된 5000여점의 유물들이 모두 전시된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국립공주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은 공주 구시가지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나는 공산성에서 길을 따라서 공주박물관까지 걸어갔다. 지도에서 볼 땐 가까워 보였는데 걸어서 약 40분 정도가 걸렸다.
국립공주박물관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무령왕릉 입구를 지키고 있었던 진묘수 모형이 있었다.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무령왕릉 기획 전시실로 향하는데 무령왕릉 발굴 50년 기획 전시를 알리는 큰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이 기획 전시는 2022년 3월 6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나는 웅진백제실로 들어갔다.
받침 있는 은잔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받침 있는 은잔이었다. 이는 무령왕릉 왕비 머리 쪽에서 발견된 은잔으로 뚜껑, 잔, 받침으로 구성되어 있다. 받침은 청동, 뚜껑과 잔은 은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은잔의 겉면은 화려한 무늬들이 음각으로 꾸며져 있다. 연꽃, 인면조, 용, 사슴, 새 등이 새겨져 있다.
관꾸미개
다음으로 본 것은 관꾸미개였다. 위 사진의 관꾸미개는 왕비의 머리, 아래 사진의 관꾸미개는 왕의 머리 쪽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둘 다 금판으로 오려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래에 있는 왕의 관꾸미개의 경우 왕비의 관꾸미개와 다르게 구멍을 뚫고 금실로 달개를 달아 더 화려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눈으로 봐도 왕 꾸미개가 더 화려해 보였다.
진묘수와 묘지석
다음으로 나온 것은 무령왕릉 입구에 있는 묘지석, 오수전, 진묘수, 청동접시, 청동수저 등 제사용기 등이었다.
여기에서 묘지석, 오수전, 진묘수는 복제품이다. 진품은 다른 전시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위에 보이는 진묘수는 국보인 진품이다. 진표수는 중국 후한대부터 나타나는 뿔과 날개가 달린 상상의 동물로 무덤을 지키고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신선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국보로 지정됐으며 무게는 약 48.5kg이다.
위 묘지석 역시 국보로 지정된 묘지석이다. 묘지석에는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께서 나이가 62세 되는 계묘년(523년) 5월 7일에 돌아가셨다. 을사년(525년) 8월 12일에 안장하여 대묘에 올려 모시며 기록하기를 이와 같이 한다”라고 쓰여있다.
진묘수 뒤에는 위와 같은 청동수저, 청동완, 청동 접시로 이뤄진 제사용기가 있다.
목관
그 다음으로는 무령왕과 그 왕비를 모신 목관이 전시되었다.
위 사진에서 목관은 일본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 금송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됐다. 금송은 최고급 목재로 고대의 일본에서도 지배계층이 사용했던 관재였다. 당시 백제와 왜의 긴밀했던 교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 자료가 된다.
왕의 목관은 왕비의 목관에 비해 장신구도 많고 좀 더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목관의 뚜껑의 경우 왕의 목관에는 5개의 관재를 사용했지만, 왕비의 목관에는 3개의 관재를 사용했다. 또한 가장자리에 은제금구로 장식했다.
위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목관이 왕비의 것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왕의 것이다.
위 사진에서는 왼쪽이 왕의 목관이고, 오른쪽이 왕비의 목관이다.
금은 장신구
금과 은은 시공을 초월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금관으로 유명한 신라는 금이 많이 나서 황금의 나라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백제 역시 황금의 나라라고 해도 될 만큼 순금 함량이 높은 장신구들이 많이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0여년 전에 어떻게 이런 기술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순금 함유량과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이 전시되었다.
위 금팔찌는 왕비를 위한 금팔지로 금 함유량이 95% 정도 된다고 한다.
위 은팔찌 역시 왕비를 위한 은팔찌다.
이 금귀걸이는 왕비의 것으로 왕비 머리 부근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국보로 지정됐다. 금 함유량은 99%에 달한다.
위의 금귀걸이는 왕의 것으로 국보로 지정됐다. 왕의 관꾸미개 아래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왕비의 귀걸이와 다르게 끄트머리에 곡옥이 연결되었따. 금 함유량은 99%에 달한다.
이 목걸이는 흑옥을 금테 사이에 넣어 관통시켜 만든 목걸이다. 흑옥 금테 목걸이로 왕의 허리 부근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위의 은팔찌는 왕비의 것으로 글자와 용무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국보로 지정되었다.
이 허리띠는 ‘은허리띠와 금은 허리띠 드리개’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었다. 이 허리띠는 왕의 것으로 허리띠는 은으로 만들어졌고, 아래로 길게 늘어진 드리개 부분은 금과 은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위의 유물들은 왼쪽부터 오각형 은꾸미개, 금은장식 손칼, 금구슬, 은구슬로 모두 왕의 부장품들이다. 위 금구슬 역시 금 함유량이 99%에 달할 정도로 함유량이 높다.
위의 유물들은 왕비의 것으로 금구슬, 금은장식 손칼, 오각형 은꾸미개다. 금구슬의 경우 왕의 것보다 좀 더 화려하고 높은 세공 기술이 필요해 보이는 유물이었다.
위의 금목걸이들은 왕비의 것으로 여러개의 금막대를 끄트머리의 둥근 고리로 연결시켜 만든 목걸이다. 백제에서만 발견된 독특한 형식의 목걸이라고 한다. 금 함유량은 99%에 달한다.
위 사진의 금목걸이는 9절 목걸이, 아래 사진의 금목걸이는 7절 목걸이다.
기타 장신구
위 칼은 왕 허리 부근에서 발견된 용, 봉황 무늬 고리자루큰칼이다. 자루 부분이 용과 봉황 무늬로 장식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이 허리띠고리와 허리띠 꾸미개는 왕의 것이다.
위 청동거울은 왕의 머리 부분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거울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국보로 지정됐다.
이 청동거울은 왕의 발치에서 출토된 방격규구신수문경이라는 명칭의 거울이다. 국보로 지정되었다.
거울의 앞모습은 위와 같다. 녹이 많이 슬어 앞모습을 반사시킬 수 없다.
위 청동거울은 왕비의 것으로 국보로 지정되었다.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는 꽃꾸미개들도 전시되었다.
무령왕릉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중국 양나라의 영향을 받은 벽돌무덤 양식인데, 연화무늬의 벽돌로 무덤이 이루어졌다.
위 청자 항아리는 중국 저장성 월주요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널길 앞부분 남서벽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전시실
기존 웅진백제실의 전시 공간이 부족했는지 다른 전시실에서 추가적으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 유물 유적에 대한 스케치와 보고서가 전시되고 있었다.
위에서 묘비석 위에 올려져 있었던 실제 오수전이 전시되고 있었다. 오수전은 중국 한나 무제 시기부터 수나라 시기까지 발행된 동전으로 당시 중국과의 문물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 아래에는 같이 발굴된 항아리와 청자잔, 흑유병들이 있었다.
왕, 왕비 베개
위 유물은 왕의 베개와 발 받침대를 복원해 놓은 것이다. 내가 갔을 때는 왕비의 것만 진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유물의 관리를 위해 진품의 전시 기간을 왕과 왕비의 것을 번갈아 가며 전시하고 있다고 했다.
위에 보이는 왕비의 베개와 발 받침대는 진품이다. 베개에 달린 봉황머리 모양 장식이 특징이다.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왕, 왕비 신발
위 신발은 왕의 금동신발로, 처음 발견 당시에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편들을 한땀 한땀 이어서 현재와 같이 복원을 했다고 한다. 신발 안쪽에 덧댄 은판은 순은(99%)으로 확인됐다.
위 금동신발은 왕비의 것으로 뒤꿈치가 부서져 없어진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왕의 신발과 달리 바깥쪽과 안쪽 모두 금동판을 사용했다고 한다.
기타 유물
왕과 왕비의 목관 재료인 목재를 고정시키기 위한 못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기타로 함께 출토된 유물들에는 곱은옥, 옥, 유리식옥, 유리옥, 창, 금동 장식 등이 있었다.
이렇게 하여 공주국립박물관의 무령왕릉 발굴 50년 기획 전시 탐방은 끝을 맺었다. 150년도 까마득한 세월인데 무려 1500여년 전의 유물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시간만 충분했으면 유물 하나 하나를 더 꼼꼼히 보며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살펴보았겠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나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공주국립박물관을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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