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광주에 도착하여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내려놓고 나는 바로 밖으로 나왔다. 시간이 이미 4시가 넘어 있었기 때문에 꾸물거리면 날이 어두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향할 곳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승용차가 없는 뚜벅이 신세라 그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면 40~5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나왔다.
시내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망월공원묘지, 국립 5·18 민주묘지
내가 향한 곳은 광주 망월동 5·18 구묘지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518번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번호에서 광주의 슬픔이 느껴졌다.
518번 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넘게 달려 공원묘지 정류장에서 하차를 했다.
위 지도에서 보이듯 이 지역에는 크게 2개의 묘지가 있다. 첫 번째 묘지는 망월공원묘지고, 두 번째 국립 5·18 민주묘지다.
망월공원묘지는 일반 시민들의 묘지라면 국립 5·18 민주묘지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들이 묻혀 있는 곳이다.
5.18 민주화운동는 1980년 당시 광주 일원에서 시민들이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에 항거한 역사적 사건이다. 하지만 국립 5·18 민주묘지는 1997년에서야 완공이 되어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들이 이곳으로 이장되었다.
약 17년 동안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들은 망월공원묘지의 제3묘역의 묻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제3묘역에 묻힌 과정은 슬픔과 분노가 함께 뒤얽힌 과정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들의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시민들은 제대로된 운구 과정도 없이 리어카 등에 실려 이곳 망월공원묘지에 묻혔다고 한다.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느꼈을 슬픔을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날 전남도청이 함락되고 나서 수습된 사망자들은 청소차에 실여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마치 쓰레기를 처리하듯 희생자들을 ‘처리’한 것이다. 그에 대한 분노는 국민들의 기억이 계속 되는 한 지속될 것이다.
이렇게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이 묻힌 제3묘역 묘지를 흔히 망월동 묘지라고 불렸다. 하지만 국립 5·18 민주묘지가 생긴 이후에는 5·18 구묘지라고 불린다. 아직도 이곳에는 국립 5·18 민주묘지로 이장하지 않은 민주열사들이 묻혀있다. 나는 80년 광주의 슬픔과 분노가 서려 있는 5·18 구묘지를 찾았다.
광주 망월동 5·18 구묘지
518번 버스에서 내려 망월공원묘지로 향했다. 입구에 비석에는 광주시공원묘지라고 쓰여 있었다.
망월공원묘지로 들어섰다.
망월공원묘지 입구에서 좀 들어가서 바로 오른편에 5·18 구묘지가 있었다. 5·18 구묘지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제3묘역이자 5·18 구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묘역으로 들어서려는데 그 유명한 전도환 비석이 땅에 박혀 있었다. 이는 전두환 부부가 대통령 재임 시절 전남 담양에 한 마을을 방문한 후 설치된 방문 기념 비석을 민주동지회가 이리로 가져와 부순 다음 땅에 묻어 많은 참배객들이 즈려 밟을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나도 이 비석을 즈려 밟고 제3묘역으로 들어갔다.
이곳 제3묘역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가묘와 민주화운동 이후에 산화한 민주열사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1987년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이한열 열사와 얼마 전에 소천하신 그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묘도 이곳에 있다.
마음이 아려왔다.
하늘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무심했지만 이곳에 묻혀 계신 민주 영령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외침은 지금 현재에도 계속 되고 있다.
나는 묘지를 둘러본 후에 마지막으로 묘역 가운데에 있는 헌화대에서 묵념을 하면서 이곳에 묻혀 계신 민주 열사들에게 민주주의 위해 싸워 지켜주신 것에 대해 진심을 다해 감사함을 표했다.
그날도 태양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면서 무자비한 총칼에 스러져간 영혼들을 위로하고 보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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