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들어가면서
매일 아침 안전 면도기를 이용해 면도를 하고 있다. 모든 면도기가 그렇지만 안전 면도기 역시 면도날이 가장 중요하다. 사용자의 피부와 털의 상태에 따라 면도날의 선택을 달리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전 면도기에 대한 수요와 관심 자체가 적어 양날 면도날에 대한 제품군과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처음에 무엇을 사용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입문용으로 도루코 ST-300 면도날을 사용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해외 면도날 제품을 판매하며 해외직구 등을 통해 해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든다.
나 역시 가장 무난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도루코 ST-300 면도날을 사용해왔다. 그러고 나서 다른 면도날에 대한 관심이 생겨 알아보던 중 아마존 사이트의 추천으로 ASTRA Superior Platinum이라는 면도날을 해외직구하여 사용해봤다.
이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두 면도날의 사용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도루코 ST-300
도루코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면도 관련 제품 기업이다. 남성들에게 있어서 도루코는 군대 보급 면도기로 기억되는 회사일 것이다. 도루코에서는 1회용 면도기뿐만 아니라 카트리지 면도기도 생산하는데 소비자의 많은 선택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질레트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광고 효과와 제품의 성능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시장점유율을 보면 10%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 글로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도루코에서도 안전 면도기용 양날 면도날을 출시하고 있다.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5종류의 면도날을 생산하고 있다. 모델명은 STP-300, STP-301, ST-300, ST-301, STL-300이다. 하지만 이중에서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ST-300 뿐이다.
도루코 ST-300 면도날을 네이버쇼핑, 에누리닷컴 등의 오픈마켓에서 ‘양날 면도날’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최저가로 구입했다. 배송비를 합치면 1만원이 조금 넘었다.
주문한 면도날은 총 100개가 들어있는 대용량이었다. 카트리지 면도기만 사용했던 터라 면도날 100개를 주문했을 때 카트리지 면도날만 생각해 부피가 엄청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배송이 와서 풀어보니 위와 같이 면도날 100개가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로 되어 있었다. 작은 상자 안에 면도날 10개가 들어있었고 그 작은 상자 10개가 큰 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면도날은 날카로운 면도날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겹의 종이로 싸여 있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휘어질 정도로 얇았으나 수술용 메스만큼이나 날카롭다고 하니 사용할 때마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나는 안전 면도기를 쓰지만 교체형 일자 면도기에도 이 면도날을 사용할 수 있다. 포장지로 싸인 상태에서 반으로 접으면 깔끔하게 부러지면서 교체형 일자 면도기에 사용될 수 있게 된다.
내가 가진 SG A2000 면도기는 손잡이를 돌려 그 안에 면도날을 집어넣으면 끝이다. 면도날은 앞뒤면의 구분이 없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돌려 꽉 닫으면 된다. 이렇게 하면 사용 준비는 끝이 난다. 버터플라이형 면도기의 장점이다.
도루코 ST-300 사용 후기
도루코 ST-300 면도날을 지난 5년여간 사용했다. 다른 면도날을 써보고 싶었지만 국내에서 해외 면도날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도루코 면도기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해외직구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ST-300 면도날 자체가 다른 면도날를 사용하고 싶을 만큼 나쁘지도 않았다.
도루코 ST-300 면도날에 대해 한 마디로 총평하자면 ‘그냥 무난하다‘이다.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은 안전 면도기와 일반 면도기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다중날 카트리지 면도기의 경우 안전 면도기보다 빠르고 깔끔한 면도가 가능하다. 안전 면도기는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깔끔한 면도를 위해서는 적어도 세 방향으로 3번의 면도가 필요하다. 다만 카트리지 면도기는 다중날이라는 특성상 피부를 자극해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처음 ST-300 면도날을 사용했을 때 절삭감에 당혹했다. 비교적 털이 적은 뺨 부위는 괜찮았지만 털이 많은 콧수염 부분과 턱수염 부분에서 탁탁 걸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심지어는 털이 뜯기는 일도 일어났다. 다중날 면도기에 경우 같은 부위를 여러 면도날이 지나가면서 깔끔한 면도가 가능하지만 안전 면도기의 경우 날이 하나이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보고 배운대로 면도할 부위의 피부와 털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따뜻한 물로 불렸다. 그런 후에 일반 면도기 보다 짧은 간격으로 면도를 하면서 전진해 들어갔다. 안전 면도기로 한 번에 많은 부위를 면도를 하기 보다는 짧게 짧게 가져가야 한다. 특히 입 주변을 할 때는 입 안에 바람을 넣어서 피부를 팽팽한 상태로 만들어 면도를 하면 잘 된다.
초기에는 이렇게 안전 면도기에 적응하느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면도가 생각처럼 부드럽게 안 되는 이유가 도루코 면도날 자체 문제인지 궁금했지만 다른 비교 제품군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면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ST-300 면도날의 성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유튜브에서 면도 관련 제품 리뷰어인 nick shaves 역시 ST-300 면도날을 사용해보고는 계속 날카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아마존 후기들에서는 가성비를 거론하며 나름 좋은 성능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여러 후기들을 종합해 보면 도루코 ST-300 면도날은 피부가 예민하고 수염이 얇은 사람에게 좋은 면도날이다. 반대로 수염이 굵고 서양인처럼 털이 수북하게 나는 경우에는 최악의 면도날이 될 수 있다. 즉, 동양인에게 좀 더 적합한 면도날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면도날이 굉장히 날카롭고 예리하면 어떠한 수염에도 면도가 잘 되지만 그만큼 피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숙달된 사람이라도 안전 면도기를 사용하다가 피를 보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도루코 ST-300 면도날은 최고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안전 면도기를 처음 접하거나 수염이 억세지 않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면도날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안전 면도기에 완전히 적응한 후에는 도루코 ST-300 면도날에 만족했다. 더불어 비싼 카트리지 면도기에 경우 아까운 마음에 좀 오래 쓰다가 위생 관리에 소홀해 피부에 염증 등이 발생하곤 했는데 안전 면도기를 사용한 후에는 1주일이 안 돼 면도날을 교체하면서 피부 염증이 발생하지 않아 만족감은 더 높아졌다.
아스트라 슈페리어 플래티넘 ASTRA Superior Platinum
1985년 설립된 Marmara 유한회사는 터키에서 20년 이상된 아스트라(Astra) 면도날의 유통업체였다. 아스트라 면도날이 민영화의 일환으로 질레트 회사와 함께 하게 되었고, 1995년에 질레트와 P&G가 합병을 하게 되면서 질레트에 소속된 아스트라 면도날은 P&G의 정식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 아스트라 면도날은 러시아 P&G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아스트라 면도날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계속 도루코 면도날을 사용하여 다른 면도날을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에 아마존에서 해외직구할 물건이 있었는데 합배송으로 양날 면도날을 구입하자고 생각했다.
아마존에서 safety razor blades, double edge razor blades라고 검색하면 많은 종류의 양날 면도날이 나온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종류의 면도날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한 제품마다 보통 100개의 면도날이 들어있어 다 쓰지 못할 것 같았고, 차라리 제일 잘 팔리고 평가가 좋은 한 종류의 면도날을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하나만 사자고 결정했다.
아마존에서는 높은 평점과 합리적인 가격을 고려하여 Amazon’s choice가 부여된다. 아마존에서 양날 면도날을 검색하니 가장 먼저 아스트라 슈페리어 플래티넘 면도날이 Amazon’s choice가 부여되어 맨 위에 배치됐다.
원래는 가장 인기있고 대중적인 Personna 면도날을 구입할까 생각했지만 아마존의 추천을 믿고 아스트라 면도날을 구입했다. 가격도 꽤 합리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상품 평점이 가장 좋은 게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하지만 상품평을 보면 어떤 사람은 매우 날카롭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전혀 날카롭지 않다고 하는 극과 극의 내용들이 고민이 되기도 했다.
아스트라 면도날은 부드러움(smoothness)과 오래가는 내구성(durability for a long lasting)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백금(platinum)으로 코팅하여 오래가는 내구성을 강조했다. 해외직구라 반품하기 힘들지만 그냥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배송이 도착했다. 아스트라 면도날은 도루코 면도날과 달리 면도날 5개가 포장된 작은 박스 20개가 긴 박스 안에 쌓인 형태로 되어 있었다.
아스트라 면도날은 한 장마다 녹을 방지하는 기름종이 한 장으로 싸여있었다. 또한 내부에서 움직임을 최소화 하기 위해 풀 같은 접착물질을 면도날에 도포하여 고정시켜 놓았다.
아스트라 면도날 사용후기
아스트라 면도날의 첫 느낌은 도루코 면도날부더 덜 날카롭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피부와 수염을 따뜻한 물에 불렸음에도 굵은 수염 부분에서 탁탁 걸리는 느낌이 도루코 면도날보다 심했다. 이상했다. 하지만 부드러움을 강조한 만큼 도루코 면도날보다는 덜 자극적인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날카롭게 절삭이 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 면에서 아스트라는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내구성에 대해서는 1주일만 쓰고 버리자는 입장이라서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분명 아마존에서의 평점은 좋았다. 다만 상품평은 상반되는 내용이 있긴 했었다.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 상품평을 찾아봤다.
위 캡쳐는 아스트라 면도날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내린 상품평을 캡쳐한 것이다. 내용은 이전에 자신이 사용하던 아스트라 면도날보다 새로 구입한 아스트라 면도날이 더 무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면도날의 상표명 인쇄를 두고 새로 구입한 아스트라 면도날에는 이전의 잉크 인쇄가 아닌 레이저 에칭으로 되어 있다며 가짜 위조품(counterfeit)이 아닌지 의심했다.
구글 등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좀 더 검색해봤다. 유튜브에 이와 관련된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영상참조. 영상에서 남성은 비슷한 내용을 지적하며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 질문을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답변은 구형 면도날과 신형 면도날은 전혀 바뀐 게 없다고 하면서 상표명 인쇄는 기존에 잉크 인쇄 방식에서 레이저 에칭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또한 레이저 에칭 방식은 위조하기가 어렵다는 언급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분명 아마존 상품평에서는 이전에 사용하던 아스트라 면도날이 훨씬 날카로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 측 입장은 레이저 에칭이 되어 있으면 정품 면도날이며 이전 면도날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처음 아스트라 면도날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무엇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개인적인 사용후기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성능이었다. 절삭력이 도루코 면도날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수염이 뜯기며 피부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히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해외직구라 반품이 어려워 그냥 쓰자고 생각했다. 찝찝했다.
혹시 누군가 아스트라 면도날 사용을 고려 중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좀 더 확실하게 알아본 다음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조: 클래식 안전 면도기 5년 사용 후기 (feat. 도루코 SG A2000, ST-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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