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면도는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집중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오래되고 위협적인 물건인 칼을 몸에서 가장 연약한 얼굴 피부에 가져다 대기 때문이다.
면도는 우리 몸에서 자라는 털을 미용상 필요 없다는 이유로 칼로 베어내는 행위다.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면도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면도기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면도기에는 1회용 면도기부터 질레트 면도기 같은 카트리지 면도기(ex) 5중날 면도기), 전기 면도기 등 다양하게 있다. 성능과 가격에 따라 종류는 천차만별이기에 여기에서 하나 하나 설명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그럼에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기 면도기의 경우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깔끔하게 면도가 되지만 면도기 중에서 제일 고가에 형성되고 있다.
1회용 면도기의 경우 숙박업소나 목욕탕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면도기로서 가장 저가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피부에 상당한 자극과 낮은 절삭력이 단점이다.
마지막으로 카트리지 면도기는 앞에 두 면도기의 중간에 위치한다. 전기 면도기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인 고가인 카트리지 면도날을 교체해야 된다는 단점과 1회용 면도기보다 훨씬 깜끔하게 면도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면도기는 안전 면도기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앞서 설명한 3종류의 면도기들의 장점들을 모았다는 점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안전 면도기
안전 면도기는 위와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면도날을 결합하여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회용 면도기나 카트리지 면도기와는 좀 다르다.
또한 안전 면도기는 양날 면도기라고도 불린다. 왜냐하면 면도날의 양날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 면도기는 영어로 safety razor로 표현되는데 ‘안전’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일반 면도기보다 안전해서가 아니다. 바로 위 사진에서 보이는 외날 면도기(straight razor 일자 면도기)보다 안전하다는 의미에서 붙은 것이다. 외날 면도기는 보다시피 혼자서 사용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이발소(barber shop)에서 사용된다. 고전영화 같은 데서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아직도 면도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이발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발소에서 면도를 매일 같이 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집에서 혼자 면도하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위 사진처럼 외날 면도기는 거의 칼과 같아서 면도 중에 면도날에 베이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던 중에 등장한 안전 면도기(양날 면도기)는 이러한 사고를 크게 줄여줘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물론 안전 면도기가 이름처럼 안전한 것은 아니다. 카트리지 면도기처럼 윤활밴드와 완충장치 헤드가 없어 솜씨가 부족한 사람이 안전 면도기를 사용하게 되면 면도 중 베일 가능성이 높다.
안전 면도기의 종류
안전 면도기는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버터플라이형 안전 면도기다. 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맨 밑의 손잡이를 돌리면 면도날의 탈착이 가능하게 뚜껑이 열린다. 장점은 일체형이라 면도날의 탈착이 쉽다.
일체형이라 단점이 있다면 세척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칫솔 등을 이용해서 구석 구석 닦아야 하는데 잘 안 닦이는 부분도 있다.
두 번째는 2피스 또는 3피스 안전 면도기다. 위와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다. 분리형이다 보니 세척은 쉽지만 면도날을 탈착할 때마다 조금 귀찮다.
면도날의 각도
면도를 할 때 피부와 면도날의 각도가 중요하다. 각도가 너무 낮으면 피부에 자극은 적지만 털에 대한 절삭력이 약해져 면도가 잘 되지 않는다. 반대로 각도가 너무 높으면 면도는 잘 되겠지만 피부 전체를 칼날로 밀어내므로 강한 자극을 받아 손상을 받거나 염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적정한 각도 유지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그 각도는 30도로 알려져 있다. 피부와 면도날의 각도가 30도가 되었을 때 털의 절삭과 피부의 저자극이라는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면도기는 이미 그 각도를 유지한 채로 출시되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안전 면도기는 면도날의 각도를 사용자가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이 면도날을 장착하고 최대한 꽉 조이면 위 사진과 같이 면도날이 ⌒ 모양이 된다. 이렇게 되면 면도날이 최대한 휘어지면서 면도날의 노출이 적어지게 되고 각도가 낮아진다. 이 상태로 면도를 하면 피부에 자극이 적고 피부가 베일 가능성도 낮아진다. 하지만 면도날의 절삭력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면도를 할 때 같은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하는 면도를 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선호한다.
반대로 위와 같이 날 조절을 약간 느슨하게 하면 면도날의 노출이 많아지고 각도가 높아진다. 높은 절삭력을 얻을 수 있지만 피부에 많은 자극을 주고 베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피부가 쓸리는 고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답이란 없다. 면도날 각도 조절이라는 안전 면도기의 장점을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사용하면 된다.
장점과 단점
안전 면도기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흔히 안전 면도기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유지비용이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낮고 유지비용이 높은 카트리지 교체 면도기와 정반대다.
초기 투자 비용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게 면도기다. 사실 안전 면도기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항상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하기 어렵다. 안전 면도기의 수요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MERKUR 같은 메이커 면도기를 구매하려면 amazon 등을 이용해 해외직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저렴하게 도루코에서 나오는 5,000원짜리 안전 면도기(SG A2000)를 구입할 수도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이어진다.
면도날의 경우 도루코 ST-300 면도날 100개짜리가 인터넷에서 1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양날이므로 한 날 당 1회씩 쓴다고 가정하면 200일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주말을 빼고 한 날을 1~2회 정도 사용하면 1만원으로 약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질레트 면도기 같은 카트리지 면도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
두 번째 장점은 피부 자극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TV 광고에서 다중날 면도기를 소개하면서 깔끔한 면도를 해준다고 나온다. 같은 부위를 5~6개의 칼날이 지나가는데 깔끔하게 안 될 수가 없다. 그만큼 피부에 자극을 주어 손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전 면도기의 경우 날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만큼 피부 자극이 적다. 단 이것은 쉐이빙 폼을 바른 피부 위로 한 두 번의 면도를 했을 때 이야기다. 만약 안전 면도기로 수 차례 같은 부위를 면도한다면 당연히 피부에 자극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전 면도기의 면도의 경우 쉐이빙 폼을 여러 번 발라가면서 면도를 한다.
세 번째 장점은 위생이다. 개인적으로 안전 면도기의 면도날을 4회 정도 사용한 다음에 버린다. 면도날의 내구성 때문에 반복 사용하면 피부에 손상을 줄 우려 때문이다. 반면에 5중날 카트리지 면도날의 경우 교체주기는 어떤가. 아마 사용자에 따라 편차가 다르겠지만 평균이 1달 정도 될 것이다. 이 경우 절삭력에 관계 없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위생이다. 아무리 세척과 건조를 잘 한다고 해도 화장실 같은 환경에서 1달을 사용한다면 균이 번식해서 피부에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도한 뒤 턱 주변에 염증이 나는 사람이라면 면도기 위생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반면 안전 면도기의 면도날의 경우 1주일도 안 되어 버리고 면도기를 분해하여 세척하면 위생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네 번째는 간지다. 화장실 조명 아래에서 스테인리스 재질의 면도기로 면도를 하면서 거울을 보면 나르시시즘(자뻑)에 빠진다.
반면에 안전 면도기의 단점도 있다. 첫 번째는 어려운 면도 기술이다. 이름만 안전 면도기이지 일반 면도기보다 전혀 안전하지 않다. 처음 면도를 할 때 피를 볼 생각으로 면도에 임해야 한다. 일반 면도기를 생각해서 쫙쫙 내리 그었다간 많은 피를 보게 될 수 있다. 유튜브에서 safety razor shaving 또는 double edge razor shaving 등으로 검색해서 미리 면도 기술을 숙지하면 좋다.
두 번째 단점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면도를 하기 전 충분하게 피부와 털을 뜨거운 물에 불려준다. 면도날이 하나이다보니 적당히 불렸다간 매끄러운 면도가 되지 않는다. 또한 한 번의 면도로는 완벽하게 되지 않아 위에서 아래 방향,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 순으로 3번의 면도가 이뤄진다. (깔끔한 면도를 위해 역방향으로 면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피부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이므로 되도록 역방향 면도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물론 할 때마다 쉐이빙 폼을 새로 발라준다. 이렇게 하다 보면 일반 면도기로 할 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단점은 해외여행을 갈 때 안전면도기와 면도날을 기내수화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탁수화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공항과 항공사 규정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는 편이 좋다.
구매 방법 팁
국내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면도기를 구매하고자 할 때 검색창에 ‘안전 면도기, 양날 면도기’ 등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면도날의 경우 ‘양날 면도날’로 검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검색 결과로 도루코 제품이 나올 것이다. 입문용으로 도루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검색결과에 나오는 수입 제품을 이용하면 된다.
아무래도 아직 한국에서는 안전 면도기에 대한 수요가 너무 적다보니 다양한 제품군을 만나기가 힘들다. 이럴 때는 해외에서 해외직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해외
개인적으로는 아마존을 이용하여 해외직구를 하는 편이다. 안전 면도기에 대한 검색어로는 ‘safety razor, double edge razor, DE razor’ 등을 입력하면 된다. 면도날의 경우 앞에 검색어 뒤에 ‘blades‘를 입력하면 나온다.
해외 안전 면도기와 면도날 제품 브랜드는 너무 많아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나무위키 ‘안전 면도기’ 문서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도루코 안전 면도기와 면도날
나의 첫 안전 면도기와 면도날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루코에서 나온 안전 면도기 SG A2000와 면도날 ST-300이다. 입문용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면도날의 경우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털을 충분히 불리기만 하면 좋은 절삭력을 낸다고 생각한다.
면도기의 경우 일체형이기 때문에 밑에 손잡이를 돌리면 뚜껑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면도날을 탈착할 수 있다. 전체 재질이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어 일반 면도기보다 상당히 무게감이 있다.
처음 사용했을 때 기억을 잊지 못한다. 혹시라도 살이 베일까 달팽이 속도만큼이나 천천히 면도를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숙달이 된 지금은 그때보다는 빠르게 면도를 끝낸다.
처음에는 한 날이다 보니 면도가 잘 안 돼 반복해서 같은 부위를 면도했는데 나중에 피부가 당기고 약간 따가웠다. 나중에는 두 번 정도 긁고 쉐이빙 폼을 다시 발라 다른 방향으로 면도를 하는 습관을 길렀다. 또한 면도 후에는 꼭 소독을 위해 애프터 쉐이브를 바르게 되었다.
세척의 경우는 칫솔을 전용 세척용으로 사용하면서 퐁퐁을 이용해 세척하고 있다.
5년 동안 안전 면도기를 사용한 결과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제는 숙달이 되어 일반 면도기보다 깔끔하게 면도를 한다. 무엇보다 유지 비용이 카트리지 면도기와 비교도 못할 정도로 적게 드는 점이 제일 만족스럽다.
안전 면도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참조: [양날 면도날] 도루코 ST-300 vs ASTRA Superior Platinum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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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고가용~
네 감사합니다^^
안전면도기가 안전 면도기라 불리게 된 것은 카트리지 면도기가 나오기 전 안전 면도기가 나오기 전에
가드 없는 일자 면도기 쓰다가 가드가 붙어있는 안전 면도기가 나와서
일자 면도기보다 안전하단 뜻으로 붙은 겁니다
이름만 안전 면도기지 하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