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다랑쉬오름에서 내려와 내가 향한 곳은 바로 앞에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이었다.
만만하게 봤던 다랑쉬오름이 예상치 못한 가파른 경사로 인해 나의 체력을 바닥나게 했다. 그래서 다시 산을 오른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 이곳에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그냥 오르기로 했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바로 지척에 있었다.
아끈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오름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아끈다랑쉬오름의 아끈의 뜻은 ‘버금’, ‘둘째’라는 뜻을 가진 제주 사투리라고 한다.
아끈다랑쉬오름으로 가는 길에 안내판이 있었다. 아끈다랑쉬오름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발생시에 민,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별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걱정은 됐다.
지도에서는 다랑쉬오름의 해발고도는 382m로 나와 있었고 아끈다랑쉬오름의 높이는 198m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랑쉬오름보다는 확실히 낮아보였다.
아끈다랑쉬오름으로 가는 길에 양쪽으로 억새밭이 있었다. 사람 키보다 크게 자라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뒤를 돌아 다랑쉬오름을 봤다.
아끈다랑쉬오름은 다랑쉬오름보다 오르는 시간이 확실히 짧았다. 한 10분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다만 등산로가 좁로 미끄러워서 오를 때 조심을 해야한다. 또한 마주오는 사람이 있다면 좁은 길에서 비켜줘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오르고 나면 위와 같은 억새밭 천지가 나타난다.
아끈다랑쉬오름 역시 다랑쉬오름처럼 분화구가 있었지만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그런데 분화구와 그 주변을 억새가 온통 점령하고 있어서 어디가 분화구인지 아닌지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라서 방향도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끈다랑쉬오름 정상에서 보는 다랑쉬오름은 역시 높았다.
분화구 주위로 길이 나 있어서 그 길을 따라 분화구를 한 바퀴를 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어느 지점에 가자 분화구 윤곽이 보였다. 억새가 적당히 있다면 낭만이 되지만 너무 많으면 파묻혀서 장애물만 된다는 것을 느겼다.
이곳에도 제주 특유의 무덤 형태인 산담이 있었다.
분화구 안쪽으로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봤다. 억새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분화구를 휘돌아가는 바람을 느끼니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바람이 다랑쉬오름보다 더 불어서 머리가 계속 산발이 됐다. 그렇지만 바람이 억새를 흔들면서 나는 사각사각 소리와 온화한 날씨 때문에 나는 여기서도 멍하니 서서 그 순간을 느꼈다.
다랑쉬오름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맞았다.
메밀밭
아끈다랑쉬오름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아래로 내려왔다.
그런데 앞서 가던 사람들이 다른 쪽으로 가는 모습을 봤다. 나도 따라가봤다. 알고보니 이곳에 메밀밭이 있었던 것이다.
저 멀리 눈이 쌓인 것 같은 광경이 보였다.
넓은 밭에는 메밀이 심어져 있었다. 또한 메밀꽃이 피는 철인지 눈꽃이 온 것처럼 메밀꽃이 피어 있었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났다.
풍경이 좋아서 그런지 메밀밭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도 있었다.
이렇게 아끈다랑쉬오름을 오르고 나서 다음 목적지인 성산일출봉으로 가기 위해 다랑쉬오름입구 버스정류장을 다시 찾았다. 버스의 배차 간격이 길어 2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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